알렉산드리아 El-Medan 시장 ABO AHMED 해산물 요리 |
내가 알렉산드리아를 사랑하게 된 배경을 만들어준 이유 중 하나는 해산물 때문입니다. 단지 음식 때문만은 아니지만 그래도 드넓은 지중해에서 잡은 해산물은 아주 싱싱하고 너무나도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에 로컬 분위기에, 포만감 있게 먹을 수 있는 곳이니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지요.
지중해 낚시 |
알렉산드리아의 햇살은 정말 피부를 손가락으로 꼬~옥 누르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뜨겁고 따갑습니다. 그래서 더워지기 전, 아침 일찍 와이프와 함께 바닷가 근처 상인 아저씨에게 생새우 미끼를 한봉지 구매해서 드넓은 지중해를 향해 원투대를 던져보았지만, 잡히지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 가져간 낚시 바늘이 전부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근처 낚시를 하고 있는 어느 아저씨께서 제가 불쌍했는지 작은 바늘을 두 개를 주셨는데, 다행히 채비를 바꾸고 구멍 치기에 성공했네요. 사진에는 잘 안 나오지만 아주 작은 물고기 한 마리가 잡혀서 대롱거리고 있습니다. 기쁨의 ^^v
알렉산드리아 El-Medan 시장 |
점심이 오자 배가 고파졌습니다. 알렉산드리아에 오면 꼭 먹어보고 싶은 게 이집트식 해산물요리! 어느 유튜브에서도 알렉산드리아 로컬 시장의 어느 식당에서 바로 요리를 해주던 곳이 있던데 꼭 가보고 싶었습니다. 낚시를 한 곳에서 택시를 타고 5분쯤 갔을까요 El-Medan 시장이 나왔습니다. 우리네 90년대의 시장과 흡사한 모습에 정겨움이 밀려왔습니다. 싱싱한 과일과 해산물이 즐비한 이곳에서 어느 정도 걷다 보니 ABO AHMED라는 식당이 나타났습니다. 요리를 해주냐고 물어보니 즉석에서 바로 해주겠다고 합니다.
El-Medan 시장의 ABO AHMED 해산물 전문점 |
장화 신은 분이 이곳의 사장님인데 먹고 싶은 만큼 고르겠다고 말씀드리니 그렇게 하라고 하시네요. 저는 새우, 생선, 갑오징어를 담았습니다. 크랩은 우리나라 꽃게와 아주 비슷한데 너무 비싸서 포기하였습니다. 어차피 죽은 크랩은 살이 빠지기 마련인데 이렇게 더운 곳에서는 그 속도가 더욱더 빠르겠지요. 그러니 알렉산드리아에서 크랩 요리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ABO AHMED 갑오징어 |
이집트 성대 |
알렉산드리아는 해산물을 살아있는 채로 보관하기 어려운 더운 지역이라 이렇게 얼음 위에, 또는 몇몇 식당은 얼음 속에 생선 대가리만 내놓은 채로 보관하는 진귀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ABO AHMED의 생선들은 선명한 빛깔과 악취가 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서 싱싱하고 아주 깨끗한 해산물을 판매하고 있는 곳이더군요.
여러 종류의 물고기 중에서 성대와 흡사한 물고기가 있어 깜짝 놀랐습니다. 한국에 살아야 할 물고기가 이집트에도 있으니 좀 웃기더군요. 하지만 한국의 성대와는 달리 다리가 없었습니다. 갑오징어도 앙증맞은 사이즈로 판매가 되는데,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무분별한 치어 잡이는 이집트에서도 금지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알렉산드리아 새우요리 |
씨알이 괜찮은 새우도 몇백 그람 구매하여 요리하였습니다. 새우등을 반으로 갈라서 약간의 양념을 묻힌다음 노릇하게 아주 잘 구웠는데 정말 고소하고 맛있었습니다. 와이프가 새우를 너무 잘 먹어서 모른채 지켜보니 대부분의 새우를 먹었네요. 먹는 모습이 마치 생선 먹는 고양이 마냥 집중해서 먹는데 살짝 무서웠습니다.
ABO AHMED 갑오징어 튀김 |
주꾸미 사이즈의 갑오징어 튀김입니다. 잠깐 번외의 예기를 드리자면 이집트 음식은 고수를 많이 사용합니다. 저는 고수를 먹지 못해서 이집트 식당에서 주문할 때에는 꼭 고수를 빼달라고 얘기하는데 이날 먹은 해산물 요리 중 한 두어 군데는 분명 고수가 들어가야 정상이지만, 전부 고수를 넣지 않은 음식들입니다. 고수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집트 음식 추천드립니다.
생선은 두 마리를 시켰는데, 처음 요리되어 나온 생선의 비주얼에 약간의 충격을 받았습니다. 왜 생선을 새까맣게 태웠는지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사실 탄 부분은 생선 껍질과 그 껍질 위에 듬뿍 발라놓은 가는소금입니다. 그래서 껍질을 벗겨내고 흰 속살을 먹으면 짭조름한 소금기로 밥반찬으로 딱입니다. 농어 소금구이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맛있었지만 사실 더 맛있는 생선은 다음 사진의 생선입니다.
이름 모를 이 생선은 그냥 맛있습니다. 생선살 자체가 맛있는데, 구매 할 때에도 비싼 생선이라 더 큰 사이즈로 구매하고 싶었지만 가격적인 압박으로 두 명이서 먹기 적당히 큰(?) 사이즈로 한 마리 구매하였습니다. 다음에 재방문할 때에는 꼭 생선의 접사를 해와야 하겠습니다. 어떤 돔 종류 같은데 혹시 아시는 분 계시면 이름 좀 가르쳐 주세요.
이집트 볶음밥 |
밥은 사장님께 개인적으로 한 공기 시켰는데, 이집트는 한국쌀 같은 동그란 쌀과 길고 가느다란 동남아쌀이 전부 다 재배되는 나라입니다. 역시 개인적으로 밥은 찰기가 있고 먹기 좋은 동그란 한국쌀이 좋습니다. 볶음밥으로 해주셨는데 어떻게 볶았는지 찰지고 간이 적당히 잘 볶아졌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전처럼 볶음밥에 진심을 좀 담아줬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ABO AHMED 해산물 요리 |
이렇게 생선 2마리와 새우구이, 갑오징어 튀김, 볶음밥, 샐러드를 포함해서 600 이집트 파운드(25,900원)가 나왔습니다. 사실 바가지 조금 써줬는데, 처음 1,100 이집트 파운드를 부르는 모습에 그냥 나가려고 했습니다. 시장 한가운데 로컬로 먹는데 당연히 저렴해야지 바가지를 이 정도로 씌우면 앞으로 누가 올까요? 차라리 이 돈이면 한국에서 팔딱거리는 새우 소금구이를 먹고 말지요. 이런 흥정의 문화가 좀 없어졌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그때였습니다. 어딜 가나 흥정이니 이집트에 있을 때 매일이 흥정의 피로도가 저를 괴롭혔습니다. 그래도 가격 흥정 끝에 600 이집트 파운드에 맛있게 먹었습니다. 다음에 또 가고 싶어지는 그런 맛이라 글을 쓰는 지금도 이 해산물들이 그립네요.
리아와 나 |
참고로 해산물을 고르고 먹고 갈 거라고 말하면, 식당 뒤편의 공터에 테이블과 의자를 세팅해 줍니다. 거기서 드시면 되는데 가급적 점심시간은 피하셔요. 햇볕이 테이블을 옮겨가면서 먹는데도 따라옵니다. 따가운 햇살이 너무 저희들을 괴롭혔네요. 그래도 이렇게 예쁜 사진이 나왔으니 행복합니다.
끝으로 호텔로 가는 길, 시장 상인과 와이프가 포도를 사면서 얘기를 하는 모습을 담아봤습니다. 무슨 얘기를 10분 이상을 하던지 나중에 들으니 너무 재밌더군요. 낚시도 음식도 맛있고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다음번 알렉산드리아는 언제가게 될런지 지금도 기다려지네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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